2012. 11. 19.

벌교 태백산맥문학관을 거쳐 순천만 갈대밭에서 일몰을 보다

일요일 아침, 구름 한 점 없고 푸르고 높은 전형적인 늦가을 하늘. 이런 날은 당연히 나들이.

인터넷과 지도를 뒤지면서 코스와 시간을 얼추 살펴보니...

(1) 오전에 벌교로 이동. 조정래 태백산맥 문학관을 둘러보고, 점심은 꼬막정식으로 떼우고
(2) 순천으로 이동해서 순천만 자연생태공원에서 갈대밭과 순천만 일몰을 보고, 저녁먹고 광주로. 

결론적으로, 벌교와 순천, 두 동네 나들이였지만 당일치기로는 충분히 여유있는 코스였습니다. 찬바람이 나기 시작해서 꼬막이 차츰 맛이 들어가는 시기이고, 순천만 갈대밭은 마침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일몰을 보기에 최고의 날이었습니다.

광천동 터미널로 출발~

광주에서 벌교까지는 버스로 1시간 30분 이내의 거리이지만, 날이 날이라서 시내에서 약간 정체, 오늘은 1시간 50분 걸렸습니다. 버스비는 8,600원.



태백산맥문학관은 벌교터미널 뒷편으로 보이는 건물입니다. 터미널을 나와서 왼쪽으로 20미터만 가면 올라가는 길이 바로 있어서 쉽게 보입니다. 

입장료는 2,000원. 주로 1층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조정래 작가께서 어떻게 태백산맥을 구상했고, 글을 쓰기까지의 준비 이모저모, 소설의 배경인 벌교의 이모저모, 태백산맥과 작가가 치른 고초(?)..등을 둘러 보는 것이 제법 재미있습니다. 

"국화옆에서"의 서정주 시인이 태백산맥을 "빨갱이 책"이라고 난리쳤다는 이야기는 저도 처음 알게되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친일 행적의 합리화 수단엔 꼭 빨갱이라는 단어가 나오네요.

소설 속의 등장인물 이름이 자주 보였고, 현부자네집, 소화의 집, 부용교.. 등 얼핏 기억나는 지명이 안내되어 있습니다. 유감스레도 89년도에 몰래몰래 읽은 책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그 생생함이 진하게 느껴지진 못했습니다. 벌써 20년이 훨씬 넘었네요. 소설을 다시 보고 벌교를 또 간다면 전혀 다른 느낌이 들듯 합니다. 벌교의 대표 음식인 꼬막을 여성 생식기에 비유하는 재미난 대목이 있는데 그런 건 분명히 기억이 나네요. ^^: 

뒷산 제석산으로 올라가는 가벼운 등산로가 있길래 올라가 보았습니다. 발아래로 한 눈에 내려다 보이는 벌교읍은 산과 바다, 그리고 이야기가 있는 조용한 동네였습니다.

제석산에서 벌교읍을 내려보며

소화다리(부용교)

현부자네 집 

소화의 집(뒤로 태백산맥문학관)

등산로 입구


벌교에 왔으니 꼬막정식을 먹어야 겠죠? 유명한 몇 곳과 음식사진도 찍었습니다만, 저의 추천은 유감스레도 그냥 아무데나 가세요. 보이는 식당 모두 꼬막정식 입니다.
저 위에 구글어스로 캡춰한 부분의 노란색 부분이 식당가 입니다. 제 입맛으로는 집에서 어머니가 삶아주신 꼬막 맛에는 한참 못미쳤습니다. ^^ 가격은 13,000원~15,000원. 최소 20가지 이상의 반찬이 나옵니다.

점심먹고 벌교시장도 가보고, 골목골목 들어가보고, 벌교 기차역도 가보았습니다. 기차는 예전엔 하루에 4회 운행이 있었는데 지난 10월부터 오전에 상행1회, 점심때 하행 1회로, 지금은 2회뿐이더군요. 기차로 벌교여행은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다시 벌교버스터미널로 가서 순천행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벌교에서 순천까지는 30분정도. 차비는 2천얼마. 



순천버스터미널을 나와서 67번 시내버스를 타면 순천만까지 15분 정도 걸립니다. 생태공원 입구에 도착하니 3시가 조금 넘었는데, 주차장엔 관광버스와 승용차로 꽉. 

입장료 2,000원. 최종 목적지인 일몰을 보기위한 용산전망대까지 앞 사람 등을 쳐다보며 걸으니 1시간이 넘게 걸리네요. 갈대보다도 지금까지 다녀간 사람이 훨씬 더 많을듯 합니다. 

용산전망대에 도착하니 4시가 조금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전망대 좋은 자리는 이미 카메라 삼발이들이 다 주~욱 포진. 
4시 50분 경부터 해가 서서히 색깔을 바꾸기 시작하더니 4시 55분 쯤 부터 10분정도의 시간은 그야말로 환상같은 일몰을 보여 주었습니다. 

사진찍는 분들 말씀이, 오늘 날씨가 로또 맞춘 기분이라네요. 동네 아주머니들도 이런 날 쉽지 않다고 하니, 순천만 일몰을 오늘 나들이의 최종 종착지로 잡은 코스는 대 성공이었습니다.





4시 11분


5시 08분 스마트폰으로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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